스타트업 인턴 회고록
2019년 3월부터 2020년 6월까지 나우버스킹 데이터팀에서 개발 인턴으로 있었다. 인턴이 끝난 지금 나우버스킹에서의 약 1년 반을 되돌아 보려 한다.
만나기까지
대학교 3학년이 되자 남들보다 프로젝트 경험도 적고 개발 실력도 부족한 나를 보며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주변에서는 창업을 하고싶다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 사이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이 많았다.
우연한 기회로 3학년 겨울방학때 카이스트 몰입캠프에 참가했다. 5주 동안 매주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면서 오로지 개발에 몰입할 수 있었다. 캠프를 통해 ‘구글링만 하면 뭐든 만들 수 있다!’ 라는 마음가짐을 배웠다. 개발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자신감이 생긴 시간이었다.
캠프 마지막날 여러 스타트업에서 오셨고, 회사 소개 시간과 간단한 뒷풀이 시간이 있었다. 여러 스타트업 사이에서 내가 가장 끌렸던 회사는 ‘나우버스킹' 이었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나의 가치관과 나우버스킹의 ‘이곳이 더 좋아지도록’ 이라는 미션이 일치하였기 때문이다. 대표님과 회사가 멋있었고, 좋았다. 인턴을 하고싶다고 말씀드렸고 명함을 받아왔다.
첫 만남
받은 명함에 적힌 메일 주소로 3월쯤 메일을 보냈다. 이번 학기가 끝나고 7월부터 1년동안 인턴을 하고싶고, 데이터팀에 가고 싶다고도 말씀드렸다. 회사로 오라는 답장을 받았다. 처음 회사를 갔을때 사무실의 분위기가 기억난다. 무척 따뜻했다. 들어가마자 ‘여기서 일 하고싶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근처 카페로 가서 데이터팀에 계신 두분(해륜, 지연님)과 티타임을 가졌다. 사실 코딩 테스트나 전공 면접을 하실까봐 전날 자료구조, 알고리즘 책을 대충 한번 보고갔다. 다행히 그런 질문은 하지 않으셨다. 몰입캠프 참가한 경험을 좋게 봐주셨는지 6월까지 금요일만 출근, 7월부터 매일 출근하자고 하셨다.
집에 오는 길에 기분이 얼떨떨했다. 다음주부터 출근이라는 생각에 걱정반 설렘반이었다. 그리고 더이상 평일에 놀지 못한다는 생각에 그날 친구들과 맘껏 놀았다 ^_^.
입사 초반
3월말부터 6월까지 월-목은 학교, 금요일은 회사에 출근했다. 시험기간을 제외하고 10번 정도 출근을 하면서 깃, 주피터, 파이썬, 슬랙봇, 쿼리 등등 기초적인 것들을 배웠다. 금공강인 나에게 목요일 저녁은 노는 날이었지만 이때부터 목요일 저녁은 무조건 저번주에 배운 것들을 복습하고 정리하고 일찍 잠들었다.
7월에 매일 출근을 하면서 본격적인 인턴 생활이 시작되었다. 데이터팀에서 운영 및 관리하고 있는 코드의 구조도를 스케치북에 그리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했다. 내가 살면서 만나본 가장 거대한 코드였다.
해륜님(데이터팀 리더)께서 클린 코드를 읽지 않는 자에게 일을 주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정리된 슬라이드와 책을 주셨다. 이때부터 가독성있는 코드를 짜기 위해 노력했다. 생각해보면 클린 코드를 알기 전 마구 변수명을 짓던 그때가 그립다.
입사 초반에는 할 줄 아는 것도, 해본 것도 없는 내가 부끄럽고 못나보였다. 그래서 자기전에 매일 배운 것 하나씩을 적기 시작했다. 매일 하나씩 배우면 1년이면 365개를 배운다는 마음가짐이었다. 이렇게 조급함을 조금씩 이겨냈다.
어떻게 일했나
내 옆자리에 계신 지연님께서 나에게 일을 조금씩 떼어 주셨다. 처음부터 큰 덩어리의 일이 나에게 주어졌다면 무척 힘들었을텐데 지연님께서는 항상 내가 할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의 일을 적당한 가이드와 함께 주셨다. 그리고 일정 시간동안 혼자 끙끙대고 있으면 먼저 잘하고 있냐고 여쭤보셨다. 내가 삽질을 덜 할 수 있었던 이유다.
엄마가 어렸을때부터 공부할때만큼은 이기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더 많이 빨리 성장하고자 하는 이기심에 폭풍 질문을 하며 지연님을 괴롭혔다. 그런 내가 귀찮으셨을텐데 늘 친절하게 대답해주셨다. 그 덕에 인턴 기간 동안 가파른 성장 그래프를 그릴 수 있었다.
해륜님께서 일을 할때 “내가 만족할 때까지 한다” 라는 마음으로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나만의 기준이 있는지 궁금하다고도 말씀하셨다. 돌이켜보니 나는 그저 나에게 주어진 일을 빨리 끝내려고만 했다. 이때부터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pull request를 하기 전에 코드를 한번 더 읽으면서 더 좋은 변수명, 함수명은 없는지 더 효율적인 로직은 없는지 고민했다. “내가 만족할 때까지 한다.”는 말은 곱씹을수록 좋은 말 같다.
무엇을 배웠을까
가장 먼저, 개발자로서 정말 많이 성장했다.
- 팀 내 업무 자동화 (serverless 개발)
- 데이터 API 개발
-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 + 기존 API 성능 개선
- git 을 이용한 협업
- AWS (Lambda, API Gateway, S3, DynamoDB, EC2) 사용
해본 것도 많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python만 있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믿음만 있다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ㅋㅋㅋㅋ진심이다!
두번째로, ‘이런 식으로 진행하려는데 괜찮을까요?’라는 말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협업’과 ‘방향성’의 중요성이다. 혼자 하는 토이 프로젝트와 다르게 회사일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 때문에,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나에게 주어진 일을 명확하게 이해한 뒤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코딩을 하기 전에 어떤 식으로 일을 진행할지 혼자 고민하고 정리한 뒤 다른 팀원들에게 피드백을 받았다. 경험상 피드백을 자주 받을 수록 업무 속도와 완성도가 높았다.
나는 자기 성찰 능력인 메타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혼자 고민하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구조도를 그리며 내가 알고있는 부분과 모르는 부분을 명확하게 하였고, 모르는 부분을 단순하게 만들어 내가 정말 모르는 것을 찾았다. 정말 모르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삶’을 경험해봤다. 1년동안 한번도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하고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일감이 나에게 주어지면 코딩하고 pull request하고 달린 코멘트를 수정하는 모든 과정이 나에게 놀이같고 재밌었다. 앞으로 내 인생을 더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이 경험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굳게 믿고있다.
떠나기 까지
1년정도 일을 하다보니 스스로 기본기가 부족한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스스로의 방향성과 페이스로 앞으로 나아가려면 기본기가 탄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의 상황과 회사 상황을 모두 고려했을때 여기서 회사를 그만 두는 것이 맞다고 결정내렸다.
출근 마지막 날, 데이터팀분들과 점심 식사를 하고 쓰던 맥북을 초기화하고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울지 않고 내 마음을 잘 전하고 싶었는데 우느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집 오는 길 버스 안에서도 계속 눈물이 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받은 사랑과 믿음만큼 보답하지 못했다는 죄송함의 눈물 같다.
떠나고 난 후
회사를 그만 두고 개강 전까지 두달동안 잘 쉬는 것이 목표다. 운동도 하고 점심엔 맛있어 보이는 레시피를 찾아서 요리도 하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다. 개강 전까지 일할 걸 후회한 적도 있지만 지금 이 생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걱정했던 것보단 잘 지내고 있는 것같다.
예전에 스타트업은 춥고 배고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에게 나우버스킹에서의 1년은 정말 따뜻하고 배부른 시간이었다. 받은 사랑과 믿음 잊지 않고 더 좋은 개발자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또다시 좋은 분들과 행복하게 일할 날을 기다리며 나 또한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